Vol. 2 / 2026. 02. 28

이 겨울의 끝을 잡고
White & Bubbles

"보이는 라벨 뒤에 숨겨진, 진짜 당신의 취향을 찾아가는 미식 페어링"

압구정 프리미엄 이자카야 '갓포준'의 VIP룸에서 진행된 두 번째 여정. 단순히 비싼 술을 마시는 자리가 아닌, 3대 스파클링 산지의 블라인드 배틀부터 31년 숙성된 1995년 부르고뉴 전설들의 대결까지. 셰프님의 섬세한 하이엔드 요리들과 함께 미각의 편견을 깨고 심해(Deep Dive)로 들어가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호스트 프레젠테이션
지도와 함께 이탈리아 스파클링의 배경을 짚어보는 큐레이션 타임

Welcome: 투박함의 미학, 프로세코

대중적으로 가볍고 달달하게 소비되는 프로세코의 편견을 깨기 위해 '니노 프랑코 루스티코(Rustico)'를 첫 잔으로 열었습니다. "우리 지역 농부들이 마시던 꾸밈없고 정직한 와인을 다시 만들자"는 오너의 철학이 담긴 이 와인은, 기교 없는 우직함으로 World No.1(Wine Enthusiast Top 100)을 차지했습니다. 아페롤 스프리츠의 오리지널 베이스가 샴페인이 아닌 베네토의 프로세코라는 흥미로운 서사로 입맛을 돋우었습니다.

Blind Bubbles Battle: 세 가지 기포의 정체성

갓포준의 압도적인 사시미 사합과 함께, 3개의 잔에 각기 다른 스파클링을 따르고 블라인드 테이스팅을 진행했습니다.

사시미 사합

1. 이탈리아 프란챠코르타 (Ca' del Bosco Cuvee Prestige): 포도를 공기방울로 씻는 '베리 스파' 기술로 산화를 막아 섬세한 꽃향기를 구현해 냈습니다.
2. 스페인 코르피나트 (Gramona Imperial Gran Reserva): 대량 생산 카바(Cava)에 반발해 독립한 장인들의 와인으로, 50개월 이상 숙성된 복합미를 뽐냅니다.
3. 프랑스 샴페인 (André Clouet UnJour de 1911): 피노 누아 100%의 블랑 드 누아로 구운 브리오슈와 묵직한 바디감의 정석을 보여주었습니다.

The Salt War: 굴 페어링의 두 가지 접근

완벽하게 손질된 삼배체 굴을 두고 두 화이트 와인의 페어링 실험이 이어졌습니다. 뉴질랜드 그레이와키 소비뇽 블랑의 쨍한 산도는 레몬즙처럼 입안을 씻어주는 클렌저 역할을 수행했습니다.

청포도를 올린 삼배체 굴
삼배체 굴 시식

반면, 호스트가 사르데냐 섬에서 직접 공수해 온 '아라케나 베르멘티노(Arakena)'는 화강암 토양과 바닷바람의 짭짤한 미네랄을 머금고 있어, 굴과 닿는 순간 폭발적인 감칠맛(Umami)을 뿜어내며 탄성을 자아냈습니다.

스시 롤
먹물 튀김 롤

1995 Legends: 31년의 세월을 마주하다

본격적인 요리들과 함께 1995년 빈티지 부르고뉴 화이트의 전설들이 등판했습니다. 샤블리 그랑크뤼 '레 클로'의 날카로웠던 산미는 30년 세월을 거쳐 버터와 꿀향으로 변모해 튀김의 고소함과 완벽히 섞여들었습니다. 뿔리니 몽라쉐 1er Cru '레 르페르'는 뫼르소 지역과 인접한 밭의 특성을 살려 흰 꽃의 우아함과 묵직한 유질감을 동시에 뽐내며 전복 요리와 극상의 마리아주를 이뤄냈습니다.

전복 새우 구이
트러플 요리

Finale: 1990년의 노을, 모엣샹동 로제

대미를 장식한 호스트 도네이션 와인은 무려 36년 된 모엣샹동 그랑 빈티지 로제(1990)였습니다. 세월이 빚어낸 영롱한 구릿빛(Copper) 컬러, 말린 장미와 꼬냑, 셰리 와인을 연상케 하는 퇴폐적(Decadent)인 아로마가 공간을 가득 채웠습니다.

토마토 요리
빈 병 라인업

시간에 따른 숙성의 변화, 테루아의 대조, 양조 방식의 진화.
이 세 가지 축을 입체적으로 관통하며 편견을 허물었던 압도적인 미각의 확장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