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백 가지 토착 품종을 고집하는 이탈리아 와인의 다채로움을 짚어보며 시작했습니다. 샴페인의 강력한 라이벌, 롬바르디아의 '벨라비스타 프란치아코르타'로 미각을 우아하게 깨웠습니다.

상반된 매력을 지닌 두 화이트 와인의 질감(Texture) 대결이 이어졌습니다. 호스트가 이탈리아 토스카나 현지 와이너리에서 직접 사 와 4년간 완벽하게 셀러링한 '베르나챠 디 산지미냐노(2021)'는 풋사과의 바삭한 산도를 뽐내며 광어 세비체와 기막힌 조화를 이뤘습니다. 이 마지막 남은 바틀의 서사는 시음의 온도를 한층 높여주었습니다. 이에 맞선 '파세티 테스타로사(2022)'는 살구 향과 무거운 유질감으로 상반된 매력을 선사했습니다.




활화산 에트나의 척박함이 빚어낸 짭짤한 미네랄리티의 '테레네레 에트나 로쏘(2022)'와 36년의 시간을 견디며 가죽, 트러플 등 3차 향을 피워내는 'Giacomo Borgogno Barolo Riserva(1990)'를 비교하며 토양과 시간이 만드는 복합미를 탐구했습니다. 버섯의 풍미가 진한 리가토니 크림 파스타가 이 흙내음을 완벽하게 뒷받침했습니다.


이날의 하이라이트. 토착 품종 산지오베제 100%로 빚은 전통의 교과서 '브루넬로 디 몬탈치노(BDM 2016)'는 '첸텔리노(Centellino)'를 사용해 산소를 섬세하게 불어넣으며 26시간 끓인 라구 라자냐와 매칭했습니다. 토스카나 레전드 빈티지인 2016빈티지의 해당 BDM 역시 호스트가 현지 와이너리에서 직접 사와서 4년 셀러링 후에 맛보게된 와인입니다.
이에 맞서는 혁명의 아이콘은 이탈리아 법규를 어기고 프랑스 품종으로 세계 최고가 된 1호 슈퍼 투스칸 '사시까이아(2022)'였습니다. 호스트가 일본에서 직접 공수해 온 이 귀한 바틀은 더블 디켄팅을 하고, 육즙 가득한 이베리코 스테이크와 함께 격조 높은 반란을 증명했습니다.


구운 감자와 차지키 소스의 담백함과 함께, 멸종 위기의 토착 품종을 구원한 '남부의 바롤로' 타우라시 리제르바(2015)가 압도적인 스모키함을 뽐냈습니다. 시음의 대미는 포도를 말려 당도를 농축하는 아파시멘토 공법의 '마시 아마로네 레치오토 1990'이 장식했습니다. 초반부에 맛본 1990년의 건조한(Dry) 바롤로와 대응하는 1990년의 달콤한(Sweet) 피날레. 36년이라는 시간의 무게를 완벽한 밸런스로 설계한 고도의 시음 구조였습니다.



전통의 묵직함과 혁명의 대담함, 그리고 시간의 가치가 교차했던
경이로운 이탈리아 미식 여정이었습니다.